닉스, 25년 만의 컨파 진출 눈앞
"전부 코트에서 내려가. 아직 축하할 거 없어."
미국 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동부 2라운드 4차전. 뉴욕 닉스가 디펜딩 챔피언 보스턴 셀틱스를 121대 113으로 제압하고 시리즈 전적 3-1을 만든 순간, 매디슨스퀘어가든(MSG)이 들썩였다. 하지만 제일런 브런슨(27)의 표정은 승리의 기쁨 대신 냉철함 그 자체였다.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는 경기 종료 직후 인터뷰. 환호하는 4만 관중 앞에서 브런슨은 코트에 몰려든 동료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자리를 비울 것을 지시했다. "모두에게 코트에서 내려가라고 말한 거예요. 아직 축하할 건 없습니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6351918/2025/05/13/knicks-beat-celtics-game-4/
25년 만의 동부 콘퍼런스 결승 진출을 코앞에 둔 뉴욕 팬들의 열광을 탓할 수는 없다. 1999년 패트릭 유잉 시절 이후 처음으로 동부 결승 진출이 한 경기 승리만을 남겨두고 있다. 시즌 내내 "닉스는 플레이오프에서 2라운드도 못 간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으며 만들어낸 기적 같은 순간이다.
"이 정도면 흥분할 만하죠. 뉴욕 팬들은 이 순간을 기다려왔으니까요." MSG를 찾은 영화배우 스파이크 리는 경기 후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브런슨의 냉정한 판단은 정확했다. 월요일의 승리는 아직 아무것도 확정하지 않았다. 단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이후 볼 수 없었던 영역으로 가는 길에 한 발짝 더 다가섰을 뿐이다.
어떤 이는 운이 좋았다고, 어떤 이는 자격 없는 승리라고 부를지 모른다. 하지만 3-1로 앞선 팀은 보스턴이 아닌 뉴욕이다. 셀틱스는 1, 2차전에서 20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닉스는 시즌 내내 역전승의 명수임을 증명해왔다.
4차전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결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닉스는 후반전 내내 디펜딩 챔피언 셀틱스를 압도했다. 그것도 전술적으로, 정신적으로 완벽하게 압도했다. 시리즈 스윙게임에서 챔피언과 대등하게 맞서다 막판에 그들을 완전히 제압했다.
"우리가 정확히 원하던 농구였어요. 강한 수비로 어려운 슛을 강요하고, 공격에선 볼 움직임으로 승부했죠." 닉스의 수비 전문가 OG 아누노비(26)가 말했다.
3쿼터 초반 14점 차까지 벌어진 스코어. 톰 티보도 감독은 얼굴에 좌절감을 드러내며 즉시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그 짧은 순간의 허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는 극적이었다.
타임아웃 직후 브런슨이 코트의 지배자로 변신했다. 3쿼터에서만 18점을 폭발시킨 그는 닉스를 88대 85 역전으로 이끌었다. "브런슨의 3쿼터 경기력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농구가 아니었다"고 ESPN 해설위원 도리스 버크는 표현했다.
4쿼터에선 미칼 브리지스(27)가 브런슨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미드레인지 점프슛을 연속으로 성공시키며 닉스의 리드를 확대한 그는 마지막 쿼터에서만 10점을 쏟아부었다. 경기 초반 슛이 안 들어갈 때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역할을 해낸 브리지스는 결국 23점으로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2015년부터 그런 모습을 봐왔어요." 빌라노바 대학 시절부터 브리지스와 팀메이트였던 브런슨의 말이다. "그가 매일 어떻게 성장했는지 봐왔죠. 그가 얼마나 집착적으로 훈련하는지 알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그를 완전히 신뢰합니다."
196cm의 가드 조쉬 하트는 경기 두 번째로 많은 9개 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몸을 사리지 않았고, 미첼 로빈슨은 공식 기록 5개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공격 리바운드로 상대를 괴롭혔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칼앤서니 타운스의 수비였다. 공격력으로 주목받던 그는 제이슨 테이텀이나 제일런 브라운과의 일대일 매치업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셀틱스의 침공을 막아섰다.
"그는 확실히 도전에 나섰습니다. 팀메이트들이 그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자신감을 주자 계속해서 압박 수비를 펼쳤어요." 브런슨의 말처럼, 닉스는 개인의 합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며 챔피언 킬러로 거듭나고 있다.
6개월 전만 해도 브리지스는 비판의 중심에 있었다. 닉스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 1라운드 지명권 5개라는 천문학적 대가를 치렀고, 시즌 초반 그의 슈팅 감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우리는 미칼에 대한 소음, 그의 슛, 그런 모든 얘기에 신경 쓰지 않아요. 그는 매일 훈련하고 있고, 곧 좋아질 거예요. 그에 대한 이야기는 어리석어요."
셀틱스와의 시즌 초반 패배 후 하트가 한 말이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지금, 브리지스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빛나고 있다. 특히 4차전에서는 보스턴의 수비진을 상대로 중거리 점프슛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팀 승리의 숨은 공로자가 됐다.
"나는 팀메이트로서, 친구로서 그가 이번 시즌에 겪은 모든 역경을 이겨내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하트가 경기 후 말했다. "그는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고, 항상 웃으면서 훈련에 임했어요. 그는 자신의 공로와 꽃다발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톰 티보도 감독도 브리지스의 회복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가 마음에 드는 이유입니다. 슛이 안 들어갈 때도 경기 내내 열심히 뛰었어요. 좋은 슛 기회에서 성공하지 못해도 그것이 그를 전혀 흔들지 못했죠."
닉스의 오랜 목표였던 동부 콘퍼런스 결승 진출이 이제 한 경기 승리만 남았다. 25년 만의 쾌거를 앞두고도 브런슨은 여전히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오랫동안, 무언가를 성취할 때마다 저는 즉시 다음 목표로 나아갑니다, 그냥 제가 그런 사람이에요," 경기 후 브런슨의 이야기다. "고등학교, 대학 챔피언십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제가 받은 모든 트로피와 상은 집에 하나도 없어요. 왜냐하면 저는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을까'에만 집중하기 때문이죠."
브런슨은 모든 트로피를 부모님께 맡기고, 은퇴한 후에야 자신의 업적을 돌아볼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은 더 나아질 방법만 생각한다.
닉스는 15일(한국시간) 보스턴 원정에서 5차전을 치른다. 테이텀의 부상으로 수비 전략에 변화가 예상되지만, 브런슨의 말처럼 "아직 끝난 게 아니다."
25년 만에 동부 콘퍼런스 결승 무대를 밟을지, 아니면 보스턴의 저항에 다시 한 번 막힐지. 이번 승부는 단순한 농구 경기를 넘어 NBA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