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전체로 확산되는 '토피도' 배트 유행
지난 토요일, 뉴욕 양키스는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20대 9 대승을 거두며 구단 역사상 한 경기 최다인 9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 인상적인 성과 이면에는 일반적인 것과는 다른 모양의 방망이가 있었다.
YES 네트워크의 중계자 마이클 케이는 경기 초반, 앤서니 볼프와 재즈 치솜 주니어를 포함한 여러 양키스 선수들이 새롭게 디자인된 방망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방망이는 '토피도 배럴(Torpedo Barrel)' 또는 '토피도 방망이(Torpedo Bat)'라고 불리며, 기존 방망이와는 다른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6243085/2025/03/31/mlb-torpedo-bats-players-intrigued/
https://www.nytimes.com/athletic/6245770/2025/03/31/mlb-torpedo-bat-interest-viral/
토피도 배럴의 구조와 원리
전통적인 야구 방망이는 끝 부분에 두꺼운 부분인 '배럴(barrel)'이 위치한다. 이 배럴은 타자가 공을 타격할 때 최적의 힘을 전달하는 '스위트 스팟(sweet spot)'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토피도 배럴 방망이는 이 두꺼운 부분이 끝이 아닌 손에 더 가까운 쪽, 일반적으로 '라벨(label)' 부분에 위치하도록 설계되었다.
"치솜의 방망이 모양이 보이십니까? 양키스 프런트 오피스와 분석팀이 앤서니 볼피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그가 치는 모든 공이 라벨 부근에 맞는 것 같았습니다," 케이가 방송 중 설명했다. "그는 배럴에 전혀 맞히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은 방망이의 무게중심을 라벨 쪽으로 이동시킨 방망이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방망이의 더 단단한 부분이 실제로 공을 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디자인의 핵심 아이디어는 타자가 가장 자주 공을 맞추는 부분에 더 많은 목재 밀도와 무게를 집중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타자는 최적의 타격 지점에 공을 맞추는 빈도를 높이고 빗맞는 횟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규정 위반 여부와 MLB의 입장
야구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혁신적인 방망이가 MLB 규정을 위반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리그 대변인에 따르면 이 방망이의 모양은 현행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다.
MLB 규칙 3.02는 "방망이는 가장 두꺼운 부분의 직경이 2.61인치(약 6.63cm)를 초과하지 않고 길이가 42인치(약 106.68cm)를 초과하지 않는 매끄럽고 둥근 막대여야 한다. 방망이는 하나의 단단한 목재 조각이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이 제조업체의 디자인과 제조 방법에 대한 승인을 확보할 때까지 '실험적' 방망이는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도 있다. 토피도 배럴 방망이는 이러한 승인 절차를 거쳐 공식적으로 사용이 허가된 것으로 보인다.
개발 배경과 물리학적 접근
이 혁신적인 방망이 디자인의 배경에는 물리학적 접근이 있었다. 전 양키스 내야수 케빈 스미스는 소셜 미디어 X에서 양키스 프런트 오피스의 전 멤버이자 MIT 출신 물리학자인 애런 리언하르트가 "어뢰 배럴"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제 당신은 더 효과적인 무기를 갖게 된 것입니다," 스미스가 자신이 들은 얘기를 전했다. "'아슬아슬한 헛스윙이 컨택으로, 컨택이 안타로, 그리고 가벼운 안타가 완벽한 타격으로 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방망이의 최적 타격 지점에서 불과 몇 밀리미터 차이가 타격 결과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리언하르트의 접근법은 타자들의 실제 타격 패턴을 분석하고, 그에 맞춰 방망이 디자인을 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과학적 분석과 데이터를 활용한 스포츠 장비 혁신의 좋은 사례다.
확산되는 트렌드와 제조사들의 반응
양키스의 인상적인 홈런 기록 이후, 어뢰 배럴 방망이는 MLB 전체에서 화제가 되었다. 빅투스(Victus), 마루치(Marucci), 챈들러(Chandler) 등 주요 방망이 제조업체들은 이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여 어뢰 방망이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199달러에서 239달러 사이로 책정됐다.
빅투스의 창립자겸 CEO인 재러드 스미스는 이 방망이가 "15년 전 회사 창립 이후 야구 방망이 업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제품"이라고 말했다. 스미스는 빅투스를 사용하는 프로 선수 중 최소 절반이 정보를 요청하거나 자신만의 토피도 모델을 원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제품, 특히 약간 기묘하게 생기고 멋진 이름을 가진 제품으로 그런 종류의 성공을 거둘 때마다 — 지금은 야구 시즌이고 인기가 뜨겁습니다," 스미스는 말했다. "우리에게는 분명히 여기에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큰 인기를 끌게 될지에 대해서는, 한 경기에서의 9개 홈런이 확실히 그것을 조금 바꿔놓았습니다."
선수들의 다양한 반응
토피도 배럴 방망이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신시내티 레즈의 유망주 엘리 델라 크루즈는 양키스 타선 폭발 이틀 후 처음으로 이 방망이를 타격 연습에서 시도했고,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4타수 4안타(홈런 2개, 2루타 1개)와 7타점을 기록하는 인상적인 성적을 냈다.
"단지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었어요," 델라 크루즈는 경기 후 말했다. "그리고 확실히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LA 에인절스의 내야수 니키 로페즈는 시카고 컵스와 스프링 트레이닝을 함께했는데, 컵스도 이 방망이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것은 확실히 양키스만의 것이 아닙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될 것 같아요. MLB 규정하에 합법적이니까요. 기본적으로 스위트 스팟을 아래로 이동시킨 거죠. 전에는 '잼(jam)'에 걸렸던 공들이 이제는 배럴에 맞고 있습니다."
'잼'은 야구 용어로, 투수가 타자의 손 쪽으로 공을 던져 방망이 안쪽에 공이 맞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토피도 배럴 방망이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더 효과적인 타격을 가능하게 한다.
전통을 고수하는 스타들
그러나 모든 야구 선수가 이 새로운 트렌드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양키스의 슈퍼스타 애런 저지는 토요일에 3개의 홈런을 치며 정상적인 방망이를 사용했다. 지난해 AL MVP는 자신이 변화할 의도가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지난 몇 시즌 동안 내가 한 일 그 자체가 말해줍니다," 저지는 기자들에게 말했다. "잘 되고 있는데 왜 바꿔야 하나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1루수 맷 올슨 역시 두 차례 올스타와 두 차례 실버 슬러거를 수상한 선수로, 2023년 시즌에는 54홈런과 139타점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기록했다. 그는 전통적인 방망이를 사용해 인상적인 성적을 쌓았지만, 양키스의 성공 이후 이 방망이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선수들이 이제 시도해 볼 겁니다... 저도 어떤 느낌인지 시도해볼지도 모르겠네요," 올슨은 말했다.
기술적 혁신과 야구의 미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A.J. 힌치 감독은 이 혁신적인 방망이에 대해 "이제 충분한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 일을 크게 만드는 아름다운 방법을 가지고 있어요. 오늘까지 사실 저는 그것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토피도 배럴 방망이는 야구에서의 기술적 혁신이 어떻게 경기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데이터 분석, 물리학적 접근, 그리고 선수 맞춤형 장비의 결합은 스포츠 성능 향상의 새로운 영역을 열고 있다.
재즈 치솜은 이 방망이의 심리적 효과에 대해 언급했다. "방망이를 휘두를 때 타격 면적이 넓어진 느낌이 들어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 느낌이 들거든요. 이런 심리적인 자신감이 생기니까 어떤 공이든 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들어설 수 있어요."
야구는 오랜 전통을 가진 스포츠지만, 토피도 배럴 방망이의 등장은 기술과 혁신이 계속해서 게임을 발전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혁신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지, 아니면 야구 장비의 영구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