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알론소의 드라마틱한 홈 개막전
"어릴 적 꿈꾸던 순간이었습니다."
뉴욕 메츠의 '북극곰' 피트 알론소(30)가 자신의 '진짜 집'으로 돌아와 가장 드라마틱한 방식으로 팬들과 재회했다. 알론소는 5일(한국시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 개막전에서 첫 타석 투런 홈런을 날리며 5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 알론소는 1회말 2사 1루 상황, 케빈 가우스먼의 볼 카운트 1-2에서 바깥쪽 낮은 속구를 가볍게 툭 밀어쳐서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폭발시켰다. 메츠의 4만3천945명 홈 팬들은 알론소에게 기립박수를 보냈고, 결국 그는 더그아웃에서 나와 커튼콜까지 받는 영예를 안았다.
"정말 꿈만 같았어요." 경기 후 알론소는 이날 경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 홈런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기술적 희귀성 때문만이 아니다. 통계 사이트 인사이드 에지에 따르면, 이날 홈런은 알론소가 프로 커리어에서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스트라이크 존 밖 공에 홈런을 친 네 번째 사례다.
그러나 더 큰 의미는 지난 겨울 내내 메츠를 떠날 수도 있었던 알론소가 극적으로 팀에 잔류한 후 홈 팬들 앞에서 보여준 첫 활약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후 알론소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2019년 데뷔 이후 226개의 홈런을 치며 이 기간 메이저리그에서 애런 저지(양키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기록한 알론소는 대형 계약을 기대했다.
그러나 스티브 코헨 구단주와 데이비드 스턴스 사장이 이끄는 메츠 프런트는 그에게 장기 계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코헨 구단주는 협상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알론소는 결국 2년 5400만 달러(약 740억원)에 계약했는데, 2025시즌 후 옵트아웃 조항이 있어 사실상 1년 계약에 가깝다.
"오프시즌 동안 상황이 굉장히 불투명했어요. 우리는 정말 걱정했죠." 알론소의 팀 동료 브랜든 니모는 솔직하게 말했다.
메츠의 또 다른 스타 후안 소토가 15년 7억6500만 달러(약 1조700억원)라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에 계약한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었다. 프란시스코 린도어(10년 3억4100만 달러), 에드윈 디아즈(첫 1억 달러 마무리)와 같은 다른 스타들도 대형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알론소는 이에 대한 불만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오프시즌 동안 스윙 메커니즘을 수정했다. 그의 노력은 시즌 초반부터 빛을 발하고 있다.
올 시즌 알론소는 7경기에서 타율 .292, 출루율 .433, 장타율 .750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 3개의 홈런을 모두 중앙 혹은 반대편 방향으로 쳤고, 수비수들을 압도하는 강한 타구를 연속해서 생산해내고 있다. 지난 경기에서는 6타석 연속 타구 속도 101마일(약 163km/h) 이상을 기록하는 놀라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완벽하게 집중하고 있어요. 볼을 쫓아가지 않고, 스트라이크 존 안의 공을 놓치지 않으면서 전체 필드를 활용하고 있죠." 카를로스 멘도사 메츠 감독은 알론소의 현재 상태를 이렇게 평가했다.
알론소의 활약은 팀 타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6회말에는 소토의 2루타 후 토론토가 알론소에게 고의4구를 내줬고, 이어 타석에 들어선 니모가 적시 2루타를 터뜨리는 연쇄 효과가 나타났다.
"정말 좋은 우산타자가 뒤에 있으면 스트라이크 존 주변에서 더 많은 공을 볼 수 있고 더 많은 피해를 줄 수 있어요." 소토는 알론소가 제공하는 타선 보호 효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문가들은 알론소가 올 시즌 40홈런 이상을 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한 내셔널리그 스카우트는 현지 매체에 "소토가 메츠에서 첫 고의4구를 받을 확률이 훨씬 높다고 생각했는데, 알론소가 먼저 받았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어쩌면 메츠는 자유계약 시장에서 알론소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위험한 게임을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프랜차이즈 스타를 지켜냈고, 팀은 지금 그 혜택을 보고 있다.
"솔직히 메츠로 돌아오는 것을 상상할 때, 저에게는 승리가 전부였어요. 여기의 팀 문화, 선수들, 동료애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우승하려면 재능, 노력, 그리고 팀워크가 완벽하게 어우러져야 합니다. 그리고 물론 이곳은 친숙해요. 여기가 좋아요. 시티필드에서 뛰는 것이 좋고, 뉴욕에 있는 것이 좋습니다." 알론소는 뉴욕과 메츠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완벽한 선수는 아닐지 모르지만, 알론소는 티켓을 사서 경기장에 찾아올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다. 한마디로 슈퍼스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