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투수의 선발 전환, 새로운 트렌드
메이저리그에서 중견 불펜 투수들이 선발로 전환해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앤디 맥컬로 기자는 세스 루고, 마이클 킹 등 성공적으로 선발 전환에 성공한 사례를 분석하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6226615/2025/03/26/mlb-relievers-becoming-starters/
맥컬로 기자는 "불펜에 있는 투수들은 구장의 가장 외진 곳에 격리되어 있다 보니, 스카우팅 리포트나 농담, 가십 또는 다른 길을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애도를 통해 채워야 하는 시간이 많다"며 "많은 불펜 투수들이 '선발을 계속 시도해볼 걸 그랬다'라고 아쉬워한다"고 전했다.
루고 "많은 투수들, 선발 기회 포기한 것 후회"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세스 루고(34)는 지난 시즌 33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 3.00을 기록했다. 206.2이닝을 던진 그는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 가운데 한 명이었으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올랐다.
루고는 "내 커리어 내내 불펜에 있을 때 많은 선수들이 '선발을 계속 해볼 걸 그랬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그들은 '메이저리그에 불펜 투수로 올라왔기 때문에 그냥 그 기회를 잡았지만, 선발을 시도해봤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루고는 2016년 뉴욕 메츠에서 데뷔한 후 7시즌 중 6시즌을 불펜에서 활약했지만, 매 겨울 선발 투수가 될 것처럼 시즌을 준비했다. 그는 "구속보다 투구량을 우선시했다"며 "그것이 불펜 투수로서의 상한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건 내가 관심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클레이 홈즈, 불펜에서 오프닝데이 선발로
올 시즌에는 뉴욕 메츠가 전 양키스의 하이 레버리지 불펜 투수였던 클레이 홈즈에게 오프닝데이 선발 임무를 맡길 예정이다. 홈즈는 2018년 이후 단 한 경기도 선발로 나서지 않았지만, 메츠는 그의 잠재력에 관심을 보이며 2년 2,600만 달러(약 364억원)의 계약을 제안했다.
뉴욕 메츠의 데이비드 스턴스 야구 운영 사장은 "재능 있는 불펜 투수들이 구종을 약간 조정하고 지구력과 체력을 키울 수 있다면, 타자들을 여러 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키스의 맷 블레이크 투수 코치는 "선발과 불펜 사이의 벽이 무너지고 구종 적응성이 계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투수로서 성장하는 데 관심이 있고 선발 투수로서의 연봉에 관심이 있는 선수들이 많아졌다"며 "만약 그들이 신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다면, 그 방향으로 갈 인센티브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클 킹 "불펜과 선발, 마인드셋 차이 컸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마이클 킹(29)은 2019년 양키스에서 불펜 투수로 데뷔했지만, 지난해 완전한 선발 투수로 전환했다. 그는 후안 소토 트레이드에서 핵심 교환 자원이었으며, 이번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일부 구단 관계자들은 1억 달러(약 1,400억원)까지 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킹은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하는 초기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9회에는 2루 주자가 득점하면 경기에서 지게 되지만, 2회라면 그 주자가 득점하더라도 여전히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할 수 있다"며 "스위치를 언제 켜야 할지 배우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킹은 처음 7번의 선발 등판 후 평균자책이 5.00까지 치솟았지만, 동료 조 머스그로브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살펴보며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내 모든 스카우팅 리포트는 헛스윙을 유도하는 데 집중했다"며 "약한 컨택이나 땅볼을 유도하는 방법은 전혀 찾아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후 킹은 삼진보다 빠른 아웃 카운트를 유도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고, 남은 24번의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 2.42를 기록했다. 그는 9이닝당 10.5개의 삼진을 잡으면서도 16경기에서 6회까지 던질 수 있었다.
변화 추세의 원인 분석
맥컬로 기자는 이러한 추세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선발 투수들이 더 이상 경기 후반까지 던질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며 "선수들은 자신의 구종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구종을 개발하는 데 더 능숙해졌고, FA 선발 투수들의 높은 부상 위험과 상승하는 가격이 구단 관계자들로 하여금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선발 전환의 성공 여부는 체력 관리의 중요성이 크다. 조던 힉스와 레이날도 로페즈는 지난 시즌 여름에 체력이 떨어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스턴스 사장은 "지구력을 키우고 체력을 기르는 것은 오프시즌 동안 실제로 정규 시즌에서 해낼 수 있도록 진정한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종 확장 능력도 전환의 문을 열었다. 루고는 9가지 다양한 구종을 던지고, 로페즈는 작년에 커브볼을 추가했으며, 킹은 체인지업 비율을 늘렸다. 이제 선수들은 팀이나 독립 피칭 랩에서 제공하는 세부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구종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또한 선발 투수의 기준도 낮아졌다. 2014년에는 34명의 투수가 200이닝 이상을 던졌지만, 지난 시즌에는 단 21명만이 180이닝에 도달했다. 블레이크 코치는 "세 가지나 네 가지 구종을 던지는 불펜 투수를 보면, 적절한 환경에서 선발로 전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메츠 홈즈 전환, 타 구단들 유사한 모험 가능성
홈즈는 2022년과 2024년에 올스타에 선정될 정도로 하이레버리지 상황에서 활약했지만, 지난 여름 마무리 자리를 잃고 시즌 동안 13개의 세이브를 날렸다. FA 시장에 나서면서 그는 일반적인 두 가지 구종 조합을 넘어 레퍼토리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루고, 로페즈, 킹과 같은 선수들이 개척한 길이 갑자기 의미를 갖게 됐다.
시장에서 홈즈는 부상이 잦은 프랭키 몬타스(1,700만 달러), 알렉스 콥(1,500만 달러), 매튜 보이드(1,450만 달러)와 같은 선발 투수들보다 낮은 연평균 1,300만 달러(약 182억원)를 받았다. 만약 그가 선발로 실패한다면 언제든지 불펜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유연성이 앞으로 더 많은 팀들이 비슷한 모험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