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레지 밀러, 그리고 할리버튼? 뉴욕의 새로운 빌런

타이리스 할리버튼이 뉴욕 닉스 팬들에게 새로운 '악역'으로 각인됐다. 마이클 조던, 레지 밀러, 트레이 영에 이어 뉴욕 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6391180/2025/06/01/haliburton-pacers-knicks-villain-jordan-reggie/
할리버튼과 인디애나 페이서스는 지난달 30일(한국시간) 홈구장 게인브리지 필드하우스에서 열린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6차전에서 닉스를 125대108로 꺾고 25년 만에 NBA 파이널에 진출했다.
할리버튼은 이날 21득점 13어시스트 6리바운드 3스틸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경기 마지막에 터뜨린 35피트 슛은 홈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관중석에 앉아 아들의 활약을 지켜본 할리버튼의 아버지도 감격했다.
할리버튼은 이번 시리즈에서 평균 21득점 10.5어시스트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시리즈 MVP는 파스칼 시아캄이 차지했지만(5대4 투표) 할리버튼의 임팩트는 결코 작지 않았다. 디 애슬레틱은 "할리버튼이 트레이 영을 제치고 뉴욕을 방문하는 현역 NBA 선수 중 가장 미움받는 선수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닉스 팬들의 분노는 단순히 패배 때문만이 아니다. 할리버튼이 보여준 도발적인 퍼포먼스가 더 큰 이유다. 그는 1차전에서 레지 밀러의 시그니처인 '목 조르기' 세레모니를 따라했고, 작년 닉스를 탈락시킨 후에는 밀러의 목 조르기 이미지가 새겨진 후드티를 입고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할리버튼은 실제로는 악역과 거리가 먼 인물이라고 디 애슬레틱은 전했다. 오히려 1990년대 시트콤 '패밀리 매터스'의 너디한 캐릭터 스티브 어켈을 닮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에는 할리버튼과 어켈의 유사점을 보여주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할리버튼의 독특한 캐릭터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미디어데이에 페이서스 유니폼과 프라다 로퍼를 함께 신어 마치 교회에서 나와 체육관에서 경기를 치르는 아이처럼 보였고, 플레이리스트에는 '하이스쿨 뮤지컬' OST가 들어있다. 힙합을 좋아하지만 뮤지컬 음악도 건너뛰지 않는다.
특히 그는 NBA보다 프로레슬링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WWE 선수들이 자신을 소셜미디어에서 언급하면 환하게 웃으며, WWE TV에 여러 차례 출연하기도 했다.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4차전에 WWE의 폴 '트리플 H' 레베스크가 관전했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했을 정도다.
새크라멘토 킹스 시절부터 할리버튼을 지켜본 한 기자는 "2021년 흑인 역사에 대해 탐구하는 선수들에 관한 기사를 쓸 때 할리버튼과 대화를 나눴는데, 당시 20세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려깊고 성숙했다"고 회상했다.
할리버튼은 당시 "어렸을 때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았는데, 자라면서 조금씩 더 읽기 시작했다"며 "오프시즌과 여유 시간에 독서를 더 하고 싶다. 책에는 다른 어떤 것보다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기도 했다.
디 애슬레틱은 "할리버튼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실제로는 악역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는 악역 연기를 정말 잘한다. 특히 닉스를 상대로 할 때는 더욱 그렇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리그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선수'로 뽑혔던 할리버튼이 닉스와 NBA에 존경받을 만한 이유를 충분히 보여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단순히 뉴욕 팬들을 화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할 선수라는 것이다.
할리버튼의 '악역' 이미지는 사실 존경의 다른 표현이라고 디 애슬레틱은 강조했다. 마이클 조던, 레지 밀러, 코비 브라이언트, 스테프 커리 등 뉴욕 팬들이 미워한 선수들은 모두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들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