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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MLB 수다

참호 파고 코요테 잡고…MLB 무명선수들의 눈물겨운 '투잡' 이야기

by 그리핑 2026. 4. 30.


PJ 폴린(PJ Poulin)이 야구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확인한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땅바닥에 깊은 구덩이를 팔 때였습니다.

2020년 당시 그는 콜로라도 로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이자, 동시에 '배넌 커스텀 빌더스'라는 건설 회사의 인부였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의 좁은 해안도로 옆, 휴양객들이 여유를 만끽할 때 풀린은 남의 집 담벼락 사이 30cm 남짓한 틈새에 몸을 구겨 넣었습니다.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강속구를 뿌려야 할 그의 왼팔은 그날 60cm 깊이의 배수로를 파는 데 쓰였습니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7236476/2026/04/29/nationals-players-jobs-mlb-late-draft-picks/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요." 워싱턴 내셔널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거가 된 폴린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재 워싱턴 내셔널스의 라커룸을 둘러보면 폴린과 비슷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수두룩합니다. 4억 달러(약 5800억원)의 거액을 들여 초호화 군단을 꾸리는 LA 다저스와 달리, 워싱턴은 폴린처럼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돼 밑바닥부터 올라온 '악바리'들로 선수층을 채웠습니다.

좌완 폴린은 8년 전 11라운드 지명을 받고 12만 5000달러(약 1억 8000만원)의 계약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생활을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는 우버 기사, 야구 레슨 코치, 쿠팡 격인 아마존 물류센터 직원, 도어대시 배달원까지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건설 현장이었습니다.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라 배려를 받았지만, 배수로 파기 같은 고된 노동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폴린은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했지만, 한편으론 어서 야구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팀 내 최고 연봉자인 잭 리텔(700만 달러·약 101억원) 역시 과거엔 '투잡'의 달인이었습니다. 2013년 11라운드 지명 당시 1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았던 그는 비시즌마다 생계를 위해 사투를 벌였습니다.

그가 잡은 건 공이 아닌 자수기였습니다. 리텔은 겨울 내내 좁은 작업실 의자에 앉아 돋보기를 쓰고 수백 벌의 스웨트셔츠와 모자에 로고를 새겼습니다. 실이 끊어지고 바늘에 손가락이 찔리는 일은 일상이었습니다. 그는 "작업판에 주문이 가득 차 있는 걸 볼 때가 가장 끔찍했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다음 겨울은 더 기상천외했습니다. 코요테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한 의사의 농장에서 밤마다 총을 들고 보초를 섰습니다. 밤 10시부터 새벽까지 감시탑에 앉아 열화상 조준경으로 코요테를 쫓고 하루 60달러(약 8만 7000원)를 받았습니다. 리텔은 "그나마 자수기보다는 이게 나았다"고 웃어 보였습니다.

거스 발랜드와 루이스 발랜드 형제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석고보드(Drywall) 시공 업체에서 '준전문가' 수준의 기술을 익혔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을 마친 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공사 현장을 누볐습니다.

발랜드는 석고보드 시공의 복잡한 공정을 막힘없이 설명할 정도입니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더라고요. 현장 노동자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됐습니다." 그는 밀워키 브루어스의 지명을 받고서야 비로소 작업복을 벗고 야구화 끈을 꽉 조여 맬 수 있었습니다.

최근 마이너리그 단체협약(CBA) 체결로 선수들의 처우가 개선되면서 이런 '투잡 잔혹사'는 점차 옛일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싱턴 선수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밑바닥을 경험했기에 지금의 1분 1초가 소중하다고 말입니다.

브래드 로드는 홈디포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날랐고, 팩스턴 슐츠는 유타주의 폭설을 뚫고 택배를 배달했습니다. 마일스 마이콜라스는 초등학교 청소부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리텔은 "비시즌에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오직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축복"이라면서도 "마이너리그 시절 동료들과 함께 고생하며 버텼던 경험이 우리를 더 끈끈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전히 그의 아내가 집에서 자수기를 돌릴 때면 당시의 '소음' 때문에 트라우마가 도진다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말입니다.

워싱턴의 무명 선수들은 오늘도 마운드에 오릅니다. 그들에게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흙먼지 날리는 공사 현장과 코요테가 울부짖던 밤을 견뎌내고 쟁취한 소중한 일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