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젠탈의 칼럼 '다이아몬드백스, 지역적 이점 활용해 코빈 번스 영입에 성공하다'입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가끔씩 이런 방식으로 선발투수를 영입한다. 마치 허공에서 나타난 것처럼 갑작스럽게 말이다.
코빈 번스와의 6년 2억1000만 달러(2940억원) 계약이 가장 최근 사례다. 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감한 투자를 하는 구단주의 의지와 함께, 많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거주하는 피닉스 대도시권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반영된 결과다.
MLB에서 연고지와 스프링캠프 장소가 같은 구단은 다이아몬드백스가 유일하다. 마이애미 말린스와 탬파베이 레이스는 홈구장에서 145km 떨어진 곳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플로리다의 교통 사정상 선수들이 캠프장까지 통근하기도 어렵다.
번스의 아내 브룩은 지난 6월 28일 쌍둥이 딸을 출산했다. 부부에게는 올 3월이면 3살이 되는 아들도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피닉스 인근 스콧데일에 거주하고 있는 번스에게 연중 자택 거주가 가능하다는 점이 다이아몬드백스의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도 지난 오프시즌 비슷한 이유로 4년 8000만 달러(1120억원) 계약을 맺었다. 2019년 12월 5년 8500만 달러(1190억원)에 영입된 매디슨 범가너는 스콧데일 북쪽에 목장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피닉스 외곽의 로데오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늘 독특한 매력의 잭 그레인키는 2015년 12월 6년 2억650만 달러(2891억원) 계약을 맺으면서 "애리조나의 아름다운 석양"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의 결정은 주로 금전적인 이유였다. 6250만 달러(875억원)의 이연 지급금이 포함된 계약은 당시 투수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켄 켄드릭 다이아몬드백스 구단주는 폭스스포츠 애리조나와의 20년 15억 달러(2조1000억원) 중계권 계약이 이러한 투자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이아몬드백스는 결국 그레인키를 계약 4년 차에 트레이드했다. 범가너도 4년 차에 방출했다. 로드리게스는 지난해 팀 첫 시즌에서 어깨 부상으로 10경기 등판에 그치며 부진했다. 하지만 켄드릭 구단주는 다이아몬드 스포츠 그룹이 2023년 7월 중계권 계약을 파기하면서 MLB가 중계를 맡게 되는 등 TV 중계 환경이 급변했음에도 번스 영입을 결정했다.
피닉스 지역에는 너무나 많은 선수들이 거주하고 있어, 많은 이들이 직접 혹은 에이전트를 통해 다이아몬드백스 관계자들에게 연락해 고향팀 합류 의사를 전한다. 번스도 중간 매개자들을 통해 이러한 의사를 전달했고, 구단은 때때로 그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오프시즌 대부분의 기간 동안 구단은 번스의 영입 비용이 너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위권 연봉 수준을 유지하는 다이아몬드백스는 최상위 자유계약선수들을 정기적으로 영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번스는 시장에 오래 남아있었다. 업계에서는 그가 서부 지역 팀에서 뛰길 원한다고 보았고, 샌프란시스코가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됐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직후, 마이크 헤이즌 단장이 뉴질랜드에서 휴가를 보내고 아미엘 사우데이 부단장이 보스턴에서 파리 여행을 앞두고 있을 때 다이아몬드백스가 협상에 뛰어들었다.
번스가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나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2억1000만 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애리조나의 2.5% 주민세율은 높은 세금을 내야 하는 두 도시의 팀들과 비교해 다이아몬드백스에게 또 다른 이점이 됐다.
번스의 계약은 디 애슬레틱의 팀 브리튼이 예상한 7년 2억1700만 달러(3038억원)에 크게 못 미치지 않았다. 계약에는 1000만 달러(140억원)의 사이닝보너스와 6400만 달러(896억원)의 이연 지급금이 포함돼 있어 순현재가치는 1억9400만 달러(2716억원) 미만이다. 오타니 쇼헤이를 제외하면, 번스의 보장액은 맥스 셔저와 함께 MLB 역대 투수 계약 7위에 해당한다. 연평균 3500만 달러(490억원)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함께 7위다. 선수에게는 좋은 계약이며, 구단으로서도 감당할 만한 수준이다.
번스의 계약에 포함된 2년 후 옵트아웃은 MLB 현 노사협약 만료와 비슷한 시기여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보라스의 또 다른 고객인 외야수 닉 카스테야노스는 2021년 12월 구단주들의 직장 폐쇄 한 달 전에 옵트아웃을 행사했고, 2022년 3월 새 노사협약 체결 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5년 1억 달러(1400억원) 계약을 맺었다.
다이아몬드백스에게 번스의 최소 2년 약속은 중요했다. 번스의 합류로 잠재적 선발투수가 7명으로 늘었지만, 잭 갤런, 메릴 켈리, 조던 몽고메리는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 최소 한 명의 선발투수 트레이드는 불가피해 보인다. 117이닝 동안 평균자책 6.23을 기록하고도 2250만 달러(315억원)의 선수 옵션을 행사한 몽고메리가 가장 유력한 후보다.
2년 만에 두 번째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팀이 번스를 영입하고 갤런을 트레이드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하지만 소식통들에 따르면 다이아몬드백스는 다른 선발투수들에 대한 제안을 검토할 것이다. 다른 팀들이 로드리게스와 몽고메리의 연봉을 부담하기 꺼려할 수 있다. 하지만 선발투수들의 FA 시장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700만 달러(98억원)에 1년 남은 켈리는 어떨까? 아니면 5년의 통제권이 남은 브랜든 파트는?
후자는 다이아몬드백스가 양질의 투수 유망주 한두 명을 얻을 수 없다면 극단적인 생각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89승을 거두고 크리스천 워커를 대신해 조시 네일러를 영입하고 번스까지 더한 팀은 이제 강자의 입장에서 움직일 수 있다. 예상 연봉 1억9400만 달러는 월드시리즈 챔피언 LA 다저스보다 1억5000만 달러(2100억원) 적지만, 2년 전 다이아몬드백스는 84승으로 와일드카드에 진출해 매직을 부리며 월드시리즈까지 올랐다. 다시 한번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켄드릭 구단주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행동으로 옮기는 반면, 다른 구단주들은 돈을 쓰지 않을 핑계를 끊임없이 찾는다. 다이아몬드백스는 번스를 비롯한 많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선호하는 목적지가 됐다. 적절한 시기에 켄드릭과 프런트가 이런 이점을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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