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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커보커클럽/NBA 수다

그렉 포포비치, 29년 감독 생활 마감

by 그리핑 2025. 5. 3.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그렉 포포비치(76)가 29시즌 동안 지켜온 샌안토니오 스퍼스 감독직에서 물러나 구단 농구 운영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스퍼스는 3일(한국시간) 지난해 11월 경미한 뇌졸중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한 포포비치가 감독직에서 물러나고, 그를 대신해 대행을 맡았던 미치 존슨(38) 코치를 정식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포포비치는 성명을 통해 "농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여전하지만, 감독으로서 물러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멋진 선수들, 코치진, 스태프, 그리고 팬들이 스퍼스 감독으로서 그들을 위해 일할 수 있게 해준 것에 영원히 감사하며, 나에게 의미 있는 이 조직과 커뮤니티, 도시를 계속 지원할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포포비치는 정규시즌 1,422승 869패(승률 62.1%)의 기록을 남기며 역대 최다승 감독으로 은퇴한다. 그의 플레이오프 170승은 필 잭슨과 팻 라일리에 이어 역대 3위다. NBA 최우수 감독상을 세 차례 수상했으며, NBA 역사상 가장 긴 22시즌 연속 승률 5할 이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포포비치는 팀 던컨, 데이비드 로빈슨, 마누 지노빌리, 토니 파커 등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들과 함께 다섯 번의 NBA 챔피언십(1999, 2003, 2005, 2007, 2014년)을 일궈냈다. 2023년 네이스미스 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포포비치는 5개 이상 챔피언십을 획득한 단 다섯 명의 감독 중 한 명이다.

포포비치의 리더십 비결은 겸손함과 진정성이었다. 선수들과 식사할 때마다 와인을 따르며 항상 같은 건배사를 외쳤다. "우리가 자리에 앉으면, 그가 와인을 따르고 매번 같은 말을 한다"라고 골든스테이트 감독 스티브 커가 말했다. "여기 팀 던컨에게."

이 건배는 자신의 성공이 선수들 덕분이라는 겸손함의 표현이었다.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팀 던컨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겸손함"이라고 커는 설명했다. "추첨에서 이겨 팀 던컨을 얻지 못했다면, 철학도 챔피언십도 없었을 것이고, 아마 자신은 해고됐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결코 잊지 않는다."

휴스턴 로켓츠 감독 이메 우도카는 "팝에게는 비밀 공식이 없다"고 말했다. "관계와 책임감이다. 너무 단순해 보이지만, 모두가 어려워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잘한다."

마이애미 히트 감독 에릭 스포엘스트라는 "팝은 시대를 초월한 리더"라고 평가했다. 포포비치는 농구장 밖에서도 선수들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 미국 국가대표팀에서 함께했던 케빈 듀란트는 "와인, 삶,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과는 함께 일하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포포비치는 영상 분석 세션에서 가차없이 선수들을 비판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심지어 최고 스타들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그는 필름 세션에서 티미(던컨)와 데이비드에게 폭발적으로 소리를 지르곤 했다"고 커 감독이 회상했다. "'너희 두 MF들은 경기할 거야, 말 거야?!' 우리는 모두 '세상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를 너무 사랑했고, 그가 옳다는 것을 알았다."

마이애미 감독 스포엘스트라는 "그의 뛰어난 능력 중 하나는 항상 적응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포비치의 농구 철학은 시대에 따라 진화했다. 1999년 첫 우승은 로빈슨과 던컨의 '트윈 타워' 수비를 기반으로 했지만, 2014년 마지막 우승은 정교한 패스와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역동적인 공격으로 이룩한 것이었다.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된 존슨은 "이 놀라운 기회를 갖게 돼 진심으로 감사하고 영광"이라며 "팝 코치와 RC(부포드 CEO), 브라이언(라이트 GM)이 우리 문화를 이어가도록 저를 신뢰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포포비치가 자리를 비운 동안 31승 45패의 성적을 이끈 존슨은 선수 시절 스탠퍼드 대학에서 활약했으며, 현 밀워키 센터 브룩 로페즈와 함께 플레이했다. 로페즈는 "대학 시절 우리는 그를 '마에스트로'라고 불렀다"며 "그가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것은 전혀 충격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제 빅터 웸반야마, 디애런 폭스, 신인왕 스테판 캐슬을 중심으로 한 젊은 스퍼스의 새 시대를 이끌게 된 존슨. 웸반야마는 "구단을 신뢰한다. 미치가 그 역할로 성장할 것을 믿는다"고 전했다.

포포비치의 감독직 은퇴로 NBA에서 가장 오래 재직 중인 감독 타이틀은 2008년부터 마이애미를 이끌고 있는 에릭 스포엘스트라에게 넘어갔다. 포포비치가 코트 위를 떠났지만, 그의 철학과 DNA는 여전히 샌안토니오에 남아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