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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MLB 수다

저물어가는 파워 1루수의 시대

by 그리핑 2024. 12. 20.

MLB 1루수들의 타격력이 4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디 애슬레틱의 스티븐 네스빗, 채드 제닝스 기자는 19일(현지시간) "2024시즌 1루수들의 장타율이 0.407을 기록해 198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wRC+(조정득점생산력)도 104로 1962년 이후 가장 낮았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6004284/2024/12/19/first-basemen-offensive-numbers-power/

이런 현상은 특이한 변화다. 과거 1루수는 팀의 중심 타자였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대부분의 팀이 25홈런 이상을 치는 장타력 있는 1루수를 보유했다.

핵심 타격 지표를 비교하면 변화가 더욱 뚜렷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는 2024시즌 타율 0.323, 출루율 0.396, 장타율 0.544를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 0.940은 1루수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1999년 같은 기록을 세운 션 케이시는 1루수 중 순위에서는 8위에 그쳤다. 당시엔 마크 맥과이어, 제프 백웰 등이 여럿 있어 OPS 1.040 이상인 1루수가 여러 명이었다.

"공격력이 전부였다"고 당시를 회상한 케이시는 "모든 1루수가 장타를 쳤다. 장타를 못 치면 자리를 잃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기준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1999년에는 wRC+ 120 이상을 기록한 1루수가 15명이었다. 하지만 2024년에는 5명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 9년간 1루수들의 최저 wRC+ 기록 중 7개가 나왔다.

데이비드 스턴스 뉴욕 메츠 구단 사장은 "과거에는 포지션마다 특정한 공격력이 요구됐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공격력이 모든 포지션으로 분산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4시즌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유격수가 5명이나 됐지만, 1루수는 4명에 그쳤다. 홈런왕도 중견수 애런 저지였다. 1루수 중 최다 홈런을 기록한 피트 알론소는 전체 12위였다.

신시내티 레즈의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예전에는 '큰 몸집의 느린 선수'를 1루수로 기용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수비력이 중요하다. 내야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파워히터의 감소는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시즌 FA인 알론소는 평균 43홈런, 112타점을 기록했지만, 영입 의사를 밝힌 팀이 많지 않다. MLB 트레이드 루머스는 "팀들이 더 이상 과거 성적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30세를 앞둔 알론소의 최근 2년 성적 하락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케빈 캐시 감독은 "투수력이 너무 강해졌다"며 "한 포지션에만 집중할 수 없다. 팀들은 로스터를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MLB 역사가 존 손은 "1920년대 베이브 루스가 홈런 시대를 연 이후 1루수들은 체격을 키웠다"며 "수비 범위가 덜 요구되는 포지션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는 1루수의 '황금기'였다. 이 시기에 MLB 통산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기준 상위 20명의 1루수 중 9명이 등장했다. 프레디 프리먼, 조이 보토, 폴 골드슈미트까지 포함하면 최소 7명의 명예의 전당 입성자를 배출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1997년 케이시가 데뷔했을 때는 장타율 상위 14명 중 7명이 1루수였다. 하지만 2024시즌에는 상위 23명 중 2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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