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P '미스터 베이스볼' 밥 유커

메이저리그 해설계의 전설이자 영화 '메이저리그'의 해리 도일 역으로 유명한 밥 유커가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밀워키 브루어스 구단은 18일(한국시간) "유커가 2023년 초부터 투병해온 폐암으로 전날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밀워키 출신의 유커는 53년간 홈팀 브루어스의 라디오 해설을 맡아왔다. 2003년 명예의 전당 포드 프릭상을 수상했으며, 위스콘신 명예의 전당과 프로레슬링 WWE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린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버드 셀릭 전 MLB 커미셔너는 성명을 통해 "밥은 다른 이들을 편안하게 만들고 웃음을 선사하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며 "그와 동등한 사람은 없었다"고 추모했다.

유커는 1962년 밀워키 브레이브스에서 포수로 데뷔해 6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00의 평범한 선수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자신을 비하하는 유머 소재로 활용했다. "내 커리어 하이라이트는 두 가지다. 샌디 쿠팩스에게 고의4구를 얻어냈고, 메츠의 수비진을 런다운 상황에서 따돌렸다"는 그의 농담은 유명하다.

실제로 그는 14개의 홈런 중 3개를 명예의 전당 투수들(쿠팩스, 퍼지 젠킨스, 게일로드 페리)에게서 기록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쿠팩스를 만날 때마다 사과한다. 그가 명예의 전당에 못 들어갈까 봐 걱정됐다"며 유머 소재로 삼았다.

1971년 브루어스 스카우트로 영입된 유커는 곧 라디오 해설자로 전향했다. 그의 "Get up! Get up! Get outta here! Gone!"이라는 홈런 콜은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 버니 슬라이드 위에 새겨져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유커는 1989년 영화 '메이저리그'에서 해설가 해리 도일 역을 맡아 "살짝 빗나갔네요"(Juuuuust a bit outside, 크게 벗어난 공을 이렇게 코멘트)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조니 카슨의 '투나잇 쇼' 단골 게스트였고, 밀러 라이트 맥주 광고와 시트콤 '미스터 벨베디어'에도 출연했다.

디 애슬레틱의 제이슨 스타크 기자는 유커의 흥미로운 이력을 소개했다. 찰리 쉰과 같은 영화에 출연했고, 찰리 라우와 같은 팀에서 뛰었다. 현실에선 코빈 번스의 경기를, 영화에서는 코빈 번센의 경기를 중계했다. '미스터 벨베디어' 출연 회차(118회)가 브레이브스 소속 출전 경기 수(108경기)보다 많았다.

덴젤 워싱턴보다 'SNL' 진행을 더 많이 했고(1대 0), 스타 선수 케니 로프턴(1개)보다 명예의 전당 투수들에게 더 많은 홈런(3개)을 쳤다. NBA 대니 에인지와 동일한 안타 수(146개)를 기록했지만, 에인지는 NBA에서 1042경기를 더 뛰었다.

첫 타석은 돈 드라이스데일, 마지막 타석은 밥 깁슨을 상대했다. 너클볼러 윌버 우드를 상대로는 타율 1.000을 기록했지만, 필 니크로의 너클볼을 받다가 한 시즌 패스트볼 25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1890년생(남북전쟁 종전 25년 후)인 케이시 스텐겔 감독이 이끄는 팀과 경기했고, 2004년생 잭슨 츄리오가 뛰는 경기를 중계했다. 행크 애런, 워런 스판, 밥 깁슨 등 전설들과 같은 그라운드에 섰고, 조니 카슨, 토니 댄자, 알리사 밀라노 등 유명 연예인들과 한 화면에 등장했다.

브루어스의 라디오 해설가 레인 그린들은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재능 있는 실황 중계자였다. 그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이유는 멋진 중계를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폴 몰리터는 "밥은 엄청난 인기와 명성을 얻었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항상 클럽하우스나 라디오 부스였다. 그는 결코 변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팀의 영원한 상징이었던 유커를 기리기 위해 구단은 2014년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 422구역 맨 뒷자리에 그의 동상을 세웠다. 이는 1970-80년대 밀러 라이트 맥주 광고에서 "난 앞줄에 있어야 해!"라고 외치다 꼭대기 좌석으로 쫓겨나는 장면을 재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