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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커보커클럽/닉스 수다

WWE가 예고한 닉스-페이서스 대결

by 그리핑 2025. 5. 21.


프로레슬링 링에서 벌어진 한 장면이 NBA 동부 콘퍼런스 결승전을 정확히 예고했다.

뉴욕 닉스와 인디애나 페이서스가 22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NBA 동부 콘퍼런스 결승을 치른다. 이 매치업, 특히 제일런 브런슨과 타이리스 할리버튼의 포인트 가드 대결은 무려 11개월 전 WWE(세계프로레슬링연맹) 링에서 이미 예고됐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6366547/2025/05/20/knicks-pacers-jalen-brunson-tyrese-haliburton-wwe/

두 팀은 지난해 동부 콘퍼런스 준결승에서 맞붙어 페이서스가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MSG)에서 열린 7차전을 130대 109로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다. 당시 할리버튼은 26점을 폭발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부터 한 달 후인 지난해 6월 28일, WWE는 MSG에서 '프라이데이 나이트 스맥다운' 생방송 쇼를 진행했다. 이 쇼에서 로건 폴이 할리버튼을 "이미 이 경기장을 정복한 선수"라고 소개하며 함께 링에 올랐고, 이에 분노한 닉스 팬들을 조롱했다.

하지만 링사이드에 앉아있던 브런슨이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할리버튼과 대치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할리버튼이 폴의 부정행위를 돕기 위해 구리 너클을 건네려 하자, 브런슨은 팬 인기가 높은 LA 나이트 편에 섰다.

브런슨은 관중석 난간을 뛰어넘어 할리버튼에게 맞서고, 결국 접이식 의자를 들고 링에 올라 나이트와 함께 섰다. 실제 충돌은 없었지만, 할리버튼과 폴은 결국 링을 떠났다. 떠나면서 할리버튼은 MSG 관중을 향해 "내가 돌아올 거다. 다시는 나를 보고 싶지 않을 거야"라고 외쳤다.

11개월이 지난 지금, 그 예언이 현실이 됐다. 디 애슬레틱의 제이슨 존스 기자는 "대중문화가 미래를 예측할 때 현실은 각본처럼 느껴질 수 있다"며 "어느 팀이 NBA 파이널에 진출할지는 알 수 없지만, 닉스와 페이서스가 동부에서 마지막까지 남았다는 사실은 WWE와 팬들을 미소 짓게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의 WWE 스토리라인은 두 NBA 스타의 추가 출연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일을 놀랍도록 정확히 예고했다. 닉스는 25년 만에 콘퍼런스 결승에 진출했고, 페이서스는 2년 연속 콘퍼런스 결승에 올랐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보스턴 셀틱스의 대결이 유력했지만, 프로레슬링 스토리라인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번 닉스-페이서스 시리즈는 WWE와 마찬가지로 '힐'(악역)과 '베이비페이스'(선한 인물)의 구도를 보여줄 전망이다. 뉴욕에서 열리는 경기에서는 할리버튼이 '힐', 브런슨이 '베이비페이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리즈가 인디애나폴리스로 옮겨가면 이 구도가 뒤바뀔 수 있다.

브런슨의 인기는 코트 안팎에서 계속 상승 중이다. 그는 올해 두 번째 올스타 선정에 이어 지난달 NBA 클러치 플레이어 상을 수상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4쿼터에만 86점을 기록하며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지난 7월 4년 1억5660만 달러(약 2170억원) 계약을 맺으면서 이번 여름 새 계약을 맺었다면 벌 수 있었을 1억1300만 달러(약 1560억원)를 포기했다. 이는 팀에 추가 자금 여력을 주기 위한 결정이었다.

반면 할리버튼은 경기장 안팎에서 양극화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두 차례 올스타에 선정됐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2년 연속 콘퍼런스 결승에 진출한 성공적인 선수다. 그러나 디 애슬레틱이 진행한 익명의 선수 투표에서 리그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선수'로 지목됐다. 게다가 1라운드에서 그의 아버지 존 할리버튼이 밀워키 벅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를 조롱한 사건으로 더 많은 비판을 받았다.

WWE의 최고 '힐'과 '베이비페이스'를 연상케 하는 이번 시리즈는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월과 달리, 이번엔 분명한 결말이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