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날짜를 정하자마자 야구계에 즉시 알려야 할 정도입니다. 날짜를 두고 경쟁이 벌어지니까요."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는 또 하나의 특별한 시즌이 있다. 바로 '결혼 시즌'이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알렉 마시 투수의 약혼녀 마케나 하퍼는 디 애슬레틱(The Athletic) 브리타니 기롤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웨딩 전문 사이트 더 노트(The Knot)가 지난해 약 1만 쌍의 커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결혼식 중 42%가 9~11월에 집중됐다. 반면 12~2월은 11%에 불과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결혼 시즌은 다르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이 끝난 11~12월에 결혼식이 집중되는 것이다.
이는 선수들의 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월이 되면 투수들은 투구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야수들도 워크아웃에 돌입한다. 많은 선수가 1월 말이면 스프링캠프 준비를 위해 각자의 연습장으로 향한다. 날씨와 이동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대부분의 선수 커플은 전년도 스프링캠프 전에 약혼을 하고, 그해 11월이나 12월 초순에 결혼식을 올린다.
이런 상황은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만들어낸다. 로열스의 바비 위트 주니어는 약혼녀 매기 블랙과 함께 12월 7일을 결혼식 날짜로 잡았다가, 팀 동료 마시의 결혼식과 겹치자 12월 14일로 변경했다. 하퍼와 마시 부부는 위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신혼여행도 다음날로 미뤄야 했다.
더 흥미로운 사례는 저스틴 벌랜더와 모델 케이트 업튼의 결혼식이다. 이들은 2017년 11월 4일 이탈리아 투스카니의 중세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당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소속이었던 벌랜더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즌 중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이적한 그는 월드시리즈 7차전까지 가게 됐다. 결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꺾고 우승한 뒤 우승 퍼레이드도 참석하지 못한 채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이제는 월드시리즈를 고려해 11월 첫째 주를 피하는 것이 관행이 됐다. 올해 뉴욕 메츠의 션 마나에아는 약혼녀 탈랏 미르말렉과 함께 11월 16일로 결혼식을 잡았다. 마나이어는 "11월 첫째 주는 최대의 징크스가 될 수 있다"며 이 시기를 피했다고 미르말렉은 전했다.
결혼식 하객으로 초대받은 선수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11~12월 주말마다 2~3개의 결혼식이 겹치는 일이 다반사다. 올해 브루어스의 토비아스 마이어스와 브라이언 허드슨은 12월 14일 같은 날 결혼식을 올린다. 마이어스가 약혼했을 당시에는 마이너리그 선수였고, 허드슨은 여자친구의 행운의 숫자인 14일을 택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트렌드도 등장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잭 매킨스트리는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중 법원에서 부모님만 모시고 결혼식을 올렸다. 12월 7일에는 애리조나에서 60여 명을 초대해 파티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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