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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MLB 수다

하버드대 물리학과 출신 투수 헌터 비기 스토리

by 그리핑 2025. 2. 24.
피칭을 예술로 접근하는 투수, 헌터 비기(사진=MLB.com)


팬그래프 필자 데이비드 라우릴라의 "하버드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다가 탬파베이에서 강속구를 던지게 된 헌터 비기"입니다.

https://blogs.fangraphs.com/hunter-bigge-went-from-studying-physics-at-harvard-to-throwing-heat-with-tampa-bay/

2021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물리학 학위를 받고 졸업했을 때 헌터 비기의 야구 선수 생활은 불확실한 상태였다. 2년 전 시카고 컵스의 12라운드 지명을 받은 26세의 우완 투수는 하이-A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어린 시절의 꿈을 계속 추구할지 아니면 야구 이외의 경력을 쌓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힘든 시즌을 보낸 후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돌아가 학업을 마치면서 선택의 여지가 생겼지만, 그는 여전히 야구를 사랑했다.

2024년으로 빠르게 넘어가면, 비기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비기는 7월 9일 컵스에서 데뷔했고, 몇 주 후 타이 존슨, 크리스토퍼 모렐과 함께 아이작 파레데스와의 트레이드로 탬파베이 레이스로 이적했다. 그는 두 팀 유니폼을 입고 모두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이적 후 19경기 중 15경기에 등판해 총 17.1이닝을 소화하며 24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안타 17개와 볼넷 단 5개만을 허용했다. 더불어 평균자책 2.60, FIP 2.76, 삼진율 32.9%를 기록했다. 그의 패스트볼은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 시속 97.5마일(약 157km)의 구속은 동료들 중 94번째 백분위에 해당했다.

비기는 2024시즌 마지막 주말, 메이저리그까지 오게 된 여정과 자신의 투구 접근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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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라우릴라: 제가 좋아하는 아이스브레이커 질문으로 시작해보죠. 투구를 예술로 접근하나요, 아니면 과학으로 접근하나요?

헌터 비기: "저는 더 예술적으로 접근합니다. 분석적인 성향이 있지만, 제 분석적인 면이 최고의 경기력을 끌어내는 것 같지는 않아요.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과학은 고차원적인 결정을 내릴 때 참고하지만, 마운드에 올라가면 타자와의 춤이라고 생각하죠."

라우릴라: 피치 랩에서는 더 과학적으로 접근하겠네요?

비기: "네. 저는 트랙맨 피드백을 정말 좋아해요. 제가 느끼는 것을 실제 트랙맨 데이터와 비교해보고, 투구 프로파일에 대해 코치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합니다. 타자의 스윙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코스에서 효과적인지 같은 것들이요."

라우릴라: 하버드에서도 그런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나요?

비기: "아뇨, 전혀요. 컵스에 와서야 처음으로 제 구종들의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그래프(구종별 움직임을 표현한)를 봤어요. 그전에는 그런 걸 본 적이 없었죠. 3학년 때 랩소도를 받긴 했지만, 전혀 활용하지 않았어요. 들어본 적도 없었거든요. 하버드에서는 투수와 타자를 겸업했기 때문에 투구에 대해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어요."

라우릴라: 처음 데이터를 봤을 때 어떤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비기: "가장 큰 건 제 패스트볼이었어요. '패스트볼에 훌륭한 캐리(수직 무브먼트)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몰랐죠. 항상 스트라이크존 아래쪽으로 던지라고 배웠는데, 오히려 위쪽으로 던져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게 가장 큰 깨달음이었죠. 이제는 절대 아래쪽으로 패스트볼을 던지고 싶지 않아요. 대학 시절에는 포심을 항상 아래쪽으로 던지려고 했는데, 그게 바람직하지 않았던 거죠."

라우릴라: 포심의 지표는 어떻게 되나요?

비기: "시즌 마지막에 리뷰를 했는데, 평균 19인치의 상승 무브먼트가 나왔어요. 또 (우투수 기준) 바깥쪽으로 5에서 8인치 정도의 무브먼트가 있죠. 예전보다 수평 무브먼트는 줄었는데, 공을 더 정면으로 던지게 됐기 때문이에요. 패스트볼이 컷-캐리 프로파일을 가지게 된 게 아마 가장 큰 변화일 거예요."

라우릴라: 실제로 컷 무브먼트가 있나요, 아니면 그냥 더 직구같이 가는 건가요?

비기: "몇 개는 실제로 컷 무브먼트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는... 저는 최대한 백스핀을 주려고 해요. 물론 마리아노 리베라나 켄리 잰슨처럼 정말 좋은 컷-캐리를 구사하는 투수들도 있죠. 컵스가 그런 프로파일을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포터 호지도 정말 좋은 컷-캐리를 가지고 있어요. 타자들이 그런 무브먼트를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효과적인 것 같아요.

그게 최선인지는 모르겠어요. 공이 2시 방향 축으로 회전하면 캐리가 더 어려워지고, 배트 위쪽으로 가기가 더 어려워져요. 공이 위로 가도록 최대한의 회전을 줄 수 있다면, 배럴 위쪽으로 더 많이 갈 수 있죠."

라우릴라: 구속이 많이 늘었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비기: "지명된 후 수면 시간을 늘렸더니 에너지가 더 생겼어요. 또 릴리버로 전향했죠. 그러면서 아드레날린이 더해졌고, 한 이닝 동안 전력을 다할 수 있게 됐어요. 시속 91-95마일에서 99마일까지 올라갔죠. 그러다가 왼쪽 고관절 연골이 찢어졌어요. 부상도 있었고 그런 높은 구속을 꾸준히 던지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트레이닝 방식을 좀 바꿨어요. 파워 리프팅에 덜 집중하고 더 나은 동작을 구사하려고 했죠.

메커니즘도 많이 개선했어요. 몸에서 공으로 힘이 더 잘 전달되게 됐죠. 팔 스윙도 좀 더 짧아졌고요. 제 순수한 파워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어요. 건강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요인이 도움이 됐죠. 갑자기 뭔가가 딱 맞아떨어진 건 아니에요."

라우릴라: 패스트볼 말고, 다른 구종들은 어떻게 발전했나요?

비기: "대학 때는 항상 포심과 12-6 커브를 던졌어요. 슬라이더도 던졌지만, 커브와 비슷한 속도의 슬러브에 가까웠죠. 컵스에서는 그걸 더 이상 던지지 말라고 했어요. 대신 커브보다 훨씬 빠르게 던질 수 있는 자이로 슬라이더를 배웠죠. 꽤 자연스럽게 습득했어요. 그냥 패스트볼과 약간 다른 손 위치로 최대한 빠르게 던지면 됐거든요. 지표상으로는 대략 0이에요. 수직으로 5에서 수평으로 -5 사이의 삼각형 안에서 움직이죠."

라우릴라: 투수로서의 성장 과정에 대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비기: "더 빠른 공을 던지고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수 있게 해준 가장 큰 요인은 자신감이에요. 많은 투수들처럼 저도 숫자나 트랙맨 같은 것들에 너무 사로잡힐 수 있어요. 그런 것들에 너무 집중하고 경쟁에는 덜 집중하면 안 되죠. 우리가 앞서 이야기했던 투구의 예술적인 면에 더 집중하니까 오히려 고급 분석 지표도 좋아졌어요. 정신적인 면은 올해가 되어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됐죠."

프로에서 구속 증가와 무브먼트 증가를 이룬 비기(사진=MLB.com)


라우릴라: 지명됐을 때 어떤 기대를 했나요? 메이저리그에서 던질 거라고 생각했나요?

비기: "사실 아니요. 지명될 거라고도 예상 못했어요. 지명됐을 때는 정말 기뻤죠.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었지만, 그건 더 꿈같은 거였어요. 실제로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죠.

"마이너리그에서는 업앤다운이 있었어요. 잘 던질 때는 '확실히 메이저리그에서 던질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다가도, 못 던질 때는 정말 멀게 느껴졌죠. 한 발 한 발 내딛으면서 매일 최선을 다하려고 했지만, 하이-A에서 제대로 못 던질 때는 여러 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라우릴라: 야구 외의 직업을 적극적으로 찾아본 적이 있나요?

비기: "적극적으로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그만두는 것에 대해 여러 번 생각했어요. 하지만 뭘 하고 싶은지 정말 몰랐죠. 아마도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일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돌이켜보면,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야구는 롤러코스터 같은데,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죠.

"[2023시즌] 한 달 반 정도 남았을 때 트리플-A에서 더블-A로 강등됐어요. 정말 큰 타격이었죠. 그때 정말 그만둘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더블-A팀이 플레이오프를 향해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시즌은 끝까지 하면서 팀원들을 위해 뛰고 서던리그 우승을 노려보자'고 마음먹었어요. 기본적으로 자신에 대해 덜 신경 쓰기 시작했죠. 그러자 다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구속도 올라가고, 삼진도 잡아내고, 우승도 할 수 있었죠. 대학 이후로 가장 재미있는 야구를 했어요. 그게 정말 좋은 동력이 되어서 지금의 제가 될 수 있게 해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