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가을야구에서 선수 기용이 정규시즌과는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는 '더 링거' 벤 린드버그의 글. 필리스의 타이후안 워커는 시즌 때는 팀내 최다승을 거뒀지만 가을야구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클리블랜드의 벤 라이블리(전 삼성 그 선수 맞습니다!)는 팀내 최다 선발등판 2위 투수임에도 가을야구 엔트리에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대신 시즌 후반 영입한 선수, 신인 선수, 부상 복귀 선수를 과감하게 엔트리에 넣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심지어 특정 포지션으로 첫 출전을 가을야구에서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현대 MLB에서 포스트시즌이 정규시즌과는 다른, 독립된 시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게 린드버그의 지적입니다. 흥미롭습니다.
'10월의 야구는 정규시즌과 다르다.' 이는 MLB에서 오랫동안 회자되어 온 말이다. 추운 날씨, 높은 압박감, 철저한 스카우팅, 누적된 피로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누가 뛸 것인가'의 문제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2024 포스트시즌 로스터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ALCS(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0승 2패로 벼랑 끝에 몰린 가디언스는 3차전 선발로 매튜 보이드를 내세웠다. 33세의 좌완 투수 보이드는 2023년 6월 토미 존 수술을 받은 뒤 올해 6월에야 클리블랜드와 계약했고, 8월 중순에 복귀했다. 정규시즌 선발 등판이 8경기에 불과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팀의 첫 8경기 중 3경기나 선발로 나섰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영입한 37세 베테랑 알렉스 콥의 사례는 더욱 극적이다. 콥은 회복과 재활 과정으로 시즌 대부분을 놓친 뒤 정규시즌 막바지 3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러나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등판으로 ALDS 3차전과 ALCS 1차전에 선발로 나섰다.
반면 정규시즌 두 번째로 많은 29경기를 선발로 등판한 전 삼성라이온즈 투수 벤 라이블리는 ALDS와 ALCS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라이블리는 "마음이 아팠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정규시즌 선발 등판 3위부터 6위를 기록한 카를로스 카라스코, 로건 앨런, 트리스톤 맥켄지는 시즌 종료 전 마이너리그로 강등됐고, 5위와 7위였던 개빈 윌리엄스와 조이 칸틸로는 이번 달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이는 단순히 클리블랜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MLB 전문가 조 시한은 "요즘 팀들이 포스트시즌에 내보내는 선수단이 6개월 동안 정규시즌을 치른 선수단과 매우 다른 것이 흥미롭다"며 "이제 프런트들은 포스트시즌을 완전히 다른 시즌으로 보고,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 26명으로만 로스터를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사례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크리스 패덕은 정규시즌 2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ALDS에서도 2경기에 등판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정규시즌 3이닝 투구 경험밖에 없는 신인 오리온 커커링을 포스트시즌 셋업맨으로 기용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앤드류 살프랑크, 라이언 톰슨 등 시즌 후반 영입한 불펜진을 앞세워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9월 콜업한 에반 카터의 맹타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반면 필라델피아의 타이후안 워커는 팀 내 최다승을 기록하고 WAR 2~3위를 기록했음에도 시즌 후반 부진을 이유로 포스트시즌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워커의 팀동료 닉 카스테야노스는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올해도 이러한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다저스는 시즌 초반 A급 마이너리그에 있던 신인 에드가르도 엔리케스를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양키스는 존 버티에게 프로 첫 1루수 선발 출전 기회를 플레이오프에서 부여했다. 베이스볼레퍼런스의 케니 재클린에 따르면, 버티는 2003년 미겔 카브레라(우익수), 1925년 버디 마이어(3루수)에 이어 프로 데뷔전을 포스트시즌에서 치른 세 번째 선수가 됐다.
베이스볼레퍼런스의 통계 분석은 이러한 변화를 수치로 보여준다. 1970년대에는 포스트시즌에 출전한 선수들이 해당 팀 정규시즌 출전 기회의 91%를 차지했다. 반면 2020년대 들어서는 이 비율이 82%로 떨어졌다. 정규시즌 출전 기회의 18%가 포스트시즌에서 제외된 선수들의 몫이었다는 의미다.
역대 가장 극적인 사례는 2002년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다. 그는 정규시즌 5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정규시즌보다 훨씬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에인절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부상 증가, 시즌 중반 트레이드와 로스터 재편성 증가, 포스트시즌을 대비한 부하 관리 등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팀들이 10월 야구에 더욱 공격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성적보다 앞으로의 기대 성과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특히 2014년 규정 완화가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9월 이전에 해당 구단 소속이었다면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포함될 수 있게 되면서, 신예 선수들의 10월 무대 데뷔가 더욱 쉬워졌다.
이러한 추세는 MLB 포스트시즌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현 시애틀 매리너스 임원인 데이브 캐머런은 팬그래프스 필자 시절 "포스트시즌이 정규시즌과 너무 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야구와 너무 다른 야구를 하는 시점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포스트시즌은 그 자체로 독립된 시즌이 되어가고 있다. 팀의 포스트시즌 전망을 평가할 때 정규시즌 기록뿐 아니라 플레이오프 로스터의 구성과 특성을 더욱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현대 MLB에서 포스트시즌의 영웅은 예상치 못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일 수도 있지만, 그 자리에 있으리라 예상조차 못했던 선수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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